딸아이가 모처럼 집에 왔다.
그리곤 모니터 앞에 엄마랑 둘이 앉아 열심히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다니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수능시험이 끝난 후 딸아이가 보여준 변화가 생각난다.


딸아이는 원래 제 엄마와 친구처럼 얘기하는걸 좋아하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자기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방편으로,
엄마는 주로 듣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딸아이에게서 수능시험이 끝난 후, 그 짧은 기간에 상당한 변화가 보였다.

일단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고,
아빠 엄마에게 나름대로 뭔가 하려고 애쓰는 기미가 보인다.
특히 엄마에게는 더하다. 
수능이 끝난 며칠을 보면 얼마나 엄마에게 살곰맞게 구는지,
집사람이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무척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엄마와 나가면 팔짱을 꼭 끼려고 하고,
엄마가 운동하러 나가려 하면, 자기 나갔다 와서 같이 나가자고 꼭 기다리라고 하고,
엄마가 어디를 나가려 하면 컴퓨터 앞에 붙어 있다가도 잽싸게 외투를 입고 따라 나서곤 했다.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하루는 토요일에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는데, 애랑 같이 밖에 나와 있다며 집사람이 전화를 했다.

좀 늦을거 같아 추운데 그냥 들어가라 했더니, 그러겠다더니 늦은 시각에 사무실로 들른다.
딸애가 아빠 혼자 늦게 고생하는데 같이 들어가자고 하더라나...
어떤 날은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면서 꽃을 한아름 사다가 엄마에게 내밀기도 하고...

수능시험이 끝난 날, 저녁을 먹으며
' 아빠 엄마 12년동안 고생하셨어요. 뒷바라지 해주셔서 고마워요.' 한 마디에 흐뭇해 하며,
' 네가 그동안 애썼다.' 고 화답했는데,
그때 집사람이 '집에 딸이 있다는걸 이제야 실감한다' 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근데, 사실은 가족의 분위기가 원래 이래야 정상이 아닌가 ???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그릇된 입시 및 교육제도에게 모든 가정의 행복과 화목을
10 여년간 몰수당해 왔다고 생각하니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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